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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두피와 건성 두피, 임신 중 변화의 시작

임신이라는 건 몸속 호르몬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는 시기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량이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지면서, 평생 지성 두피였던 사람도 갑자기 건성으로 변하거나, 반대로 건조했던 두피가 하루 만에 번들거리는 지성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머리카락의 문제를 넘어서 두피 각질과 피지 분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임신 중에는 피지샘 활동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조금만 자극이 있어도 피지가 과잉 분비되거나 전혀 분비되지 않는 극단적인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지성 두피는 피지가 지나치게 많아 모공이 막히기 쉬운 환경이다. 모발이 금세 눅눅해지고, 두피에서 답답한 냄새가 올라오기도 한다. 건성 두피는 반대로 유분이 부족해 보호막이 약해져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하얗게 일어나는 각질이 잦다. 두 경우 모두 탈모와 직결될 수 있는 위험 요소인데, 임신 중에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속도보다 새로운 모발이 자라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상황이 더 민감해진다. 결국 두피의 유·수분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리 목표가 된다.

두피 각질,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닌 신호

두피 각질은 흔히 ‘하얗게 일어나는 비듬’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두피 건강의 바로미터다. 임신 중에는 피부 재생 주기가 불규칙해져 각질이 더 쉽게 쌓인다. 지성 두피의 경우 피지와 섞여 딱딱하게 굳은 각질이 모공을 덮어버리기도 하고, 건성 두피는 가느다란 눈처럼 흩날리는 각질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불편함을 준다.

각질이 쌓이면 모낭이 숨을 쉬기 어려워지고, 모발의 영양 공급이 줄어든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체내 영양분이 태아에게 우선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두피로 가는 영양 공급이 더 제한될 수 있다. 이때 각질은 단순히 보기 싫은 문제가 아니라 모발 성장 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된다. 더 나아가 가려움이나 염증, 진물 같은 피부 트러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각질 관리 없이 탈모 방지를 기대하는 건, 기초 공사 없이 집을 세우는 것과 비슷하다.

두피 피지, 균형이 핵심

피지는 두피를 보호하는 필수 성분이지만, 과도하거나 부족할 때 모두 문제가 된다.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 변동으로 인해 피지가 과잉 분비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는 두피가 하루 만에 눅눅해지고, 손으로 만졌을 때 기름진 촉감이 느껴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두피에 열이 쌓이고, 염증성 탈모의 위험이 커진다. 반면 임신 후기에는 피지 분비가 줄어 건조함이 심해지고, 작은 자극에도 두피가 붉어지거나 갈라질 수 있다.

균형 잡힌 피지 상태를 유지하려면 두피의 세정과 보습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너무 강한 세정력의 샴푸를 매일 사용하면 오히려 피지샘이 자극받아 분비가 늘어나고, 약한 세정력만 고집하면 피지가 쌓여 모공이 막힌다. 임산부라면 특히 화학 성분에 민감해질 수 있으니, 순한 세정력과 함께 두피 보습을 도와주는 성분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미지근한 물로 헹구고, 뜨거운 바람 대신 시원하거나 약간의 미온 바람으로 말리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지성·건성 두피를 구분해 맞춤 관리하기

임신 중에는 “원래 내 두피 타입”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하루는 기름지고, 다음 날은 건조한 혼합형 두피로 바뀌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타입을 고정하기보다 현재 상태를 보고 관리 방법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지성 두피일 땐 과잉 피지를 제거하면서도 보습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건성 두피일 땐 수분과 유분을 채워주는 관리가 우선이다.

각질이 두꺼워진 날에는 두피 전용 스케일링 제품을 사용해 모공을 열어주고, 피지가 많은 날에는 가벼운 샴푸로 산뜻하게 세정하는 식이다. 임신부용 샴푸나 두피 토닉 중에는 화학적 자극이 적으면서도 유·수분 밸런스를 잡아주는 제품이 있으니, 그날의 두피 상태에 따라 번갈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국 관리의 핵심은 ‘상태 맞춤형’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