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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가 시작되는 순간의 불안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들여다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에 스스로도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 어느 날은 단순히 조명이 이상한 건가 싶었고, 또 어떤 날은 머리를 묶은 뒤 묶인 양이 평소보다 가늘어진 느낌에 당황하기도 했지. 그게 처음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탈모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어. 나는 지금 임신 중이야. 그러니 외적인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머리카락은 내 자신감의 상징 같은 존재였거든.

머리를 감고 나면 거울 앞에서 몇 번이고 확인하게 돼. 수건에 남아 있는 머리카락,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빗질을 할 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가닥들까지. 숫자까지 세지는 않지만, 눈에 보일 만큼 늘어난 탈락량은 내 불안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어. 처음엔 이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위로했지. 임신 호르몬 변화 때문일 거라고, 출산 후에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위안이 되지 않을 정도로 탈모가 눈에 띄게 진행될 때는, 솔직히 말해서 두려움이 먼저 앞섰어.

임신 중이니까 모든 게 조심스러워. 마음대로 약을 먹을 수도 없고, 새로운 샴푸 하나 바꾸는 것도 신중해야 해. 이럴 때 탈모가 시작된다는 건, 단순한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 정서 안정,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연결되는 일이야. 무엇보다 나는 이제 곧 아이를 낳을 엄마인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내야 하잖아.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아. 내 몸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느낌, 그게 탈모를 겪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이야.

여성 탈모의 특징과 탈모 초기 증상

여성 탈모는 정말 교묘하게 시작돼. 눈에 띄게 빠지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한 움큼 빠지는 것도 아니야. 대신 아주 서서히, 아주 느리게 머리숱이 줄어들어. 정수리 쪽에서부터 모발이 얇아지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의 볼륨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야. 이마 라인이 후퇴하는 남성형 탈모와는 다르게, 여성은 넓은 부위에서 균일하게 숱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 인지하기 어려워.

나도 처음엔 그런 사소한 변화들로 이상함을 감지했어. 머리를 묶을 때 고무줄이 더 많이 감기고, 예전보다 드라이할 때 볼륨이 안 살아나는 거지. 특히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이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탈모 초기 증상 중 하나가 두피 노출이 증가하는 거라더라고. 그리고 빗질할 때 머리카락 끝이 부서지는 느낌, 가늘어지고 윤기 없는 머릿결도 모두 탈모의 신호였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렸지.

무엇보다 여성 탈모는 나이, 유전, 생활 습관,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영양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겨. 나는 가족 중에 탈모가 있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지. 하지만 여성 탈모는 유전적 요인이 없어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대. 특히 여성 호르몬 변화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신이나 출산, 폐경 같은 시기에 탈모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뒤늦게 공부하면서 알게 됐어.

임신 중 탈모가 나타나는 이유

많은 사람이 임신을 하면 오히려 머리카락이 더 풍성해진다고 알고 있어. 실제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지면서 모발 성장 주기가 늘어나고, 휴지기 모발이 줄어들기 때문에 탈모가 줄어드는 경우도 많지. 그런데 나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어. 임신 중에도 탈모가 생길 수 있고,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거야.

이유는 여러 가지야. 첫째는 영양 불균형. 임신 초기부터 입덧이 심하고 식욕이 없어지면서 영양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든. 철분, 아연, 단백질 같은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면 모발 생성이 어려워지고, 결국 머리카락이 약해지고 빠지기 쉬운 상태가 돼. 특히 철분 부족은 임신 중 탈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래.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해보니 내 빈혈 수치가 꽤 낮더라고. 그게 탈모에도 영향을 준다는 설명을 듣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

둘째는 스트레스. 임신이라는 것 자체가 몸과 마음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야. 특히 처음 경험하는 변화들, 불안한 미래, 육아에 대한 걱정까지 겹치면 정신적으로 지치는 건 당연하지. 스트레스는 두피 혈류를 감소시키고, 모낭 활동을 둔화시켜서 탈모를 촉진한다고 해. 나도 그랬어.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예민해지고, 조금만 변화가 있어도 크게 반응하게 되면서 몸 전체가 민감해졌거든. 그 영향이 머리카락으로 나타난 거라고 생각해.

셋째는 갑상선 기능 이상. 임신 중에는 갑상선 기능이 일시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데, 그 역시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물론 나는 아직 확진은 아니지만, 의사 선생님이 혹시 모르니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어. 이런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다 보니, 임신 중 탈모는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이 얽힌 결과라는 걸 알게 됐지.

내 몸에서 실제로 겪은 변화들

임신 16주쯤부터 머리카락이 빠지는 게 눈에 띄게 늘어났어. 그전까지는 피부 트러블이나 피로감이 더 먼저였는데, 중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머리숱이 줄어드는 게 체감됐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베개 위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보는 일이 반복되면서, 하루의 시작부터 기분이 가라앉았어. 머리를 감을 때도, 샴푸보다 머리카락이 더 많이 손에 잡히는 느낌이랄까.

샤워를 마친 뒤 욕실 배수구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고, 드라이기로 말릴 때마다 정수리 부분이 납작하게 눌리는 게 너무 싫었어. 머리를 묶으면 정수리 가마가 휑하게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덜렁덜렁해서 어떤 헤어스타일도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었어. 매일 거울 앞에 서서 나도 모르게 머리숱을 세는 습관이 생겼고, 사진을 찍을 때도 위에서 찍히는 앵글은 무조건 피하게 되더라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탈모를 막기 위한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거였어. 일반적인 탈모약은 임산부에게 금기고, 심지어 많은 천연 제품조차도 '임신 중 사용은 전문가와 상담 후'라는 문구가 있더라. 샴푸 하나 고를 때도 성분 하나하나 확인하고, 병원에 문의까지 해보기도 했어. 결국 사용할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고, 할 수 있는 건 먹는 음식, 생활 습관 정도뿐이더라고. 이 상황에서 탈모가 지속된다는 건 그야말로 고립된 기분이야.